azosi · 2026.10.9 08:03 · 조회 2

100억 광년을 건너온 5밀리초의 전파 — 우주 사상 가장 먼 신호의 고향을 찾아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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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밀리초. 우리 눈이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우주는 한 번 빛났습니다. 누가, 어디서, 왜 — 19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전파 천문학의 큰 수수께끼가 2026년 10월 8일 드디어 좁혀졌습니다.

미스터리한 5밀리초

FRB(Fast Radio Burst, 빠른 전파 폭발)는 2007년 처음 발견된 이후로 천문학의 가장 큰 미제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. 보통 몇 밀리초 동안 우주 어딘가가 한 번 번쩍이는 강한 전파 신호인데, 짧기 때문에 어디서 왔는지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. 19년 동안 수천 건이 검출됐지만 어디에서 왔는지까지 직접 본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습니다.

그 짧은 목록에 2026년 10월, 새로운 한 줄이 더해졌습니다. 신호의 이름은 FRB 20240304B.

100억 광년 밖에서 온 손님

이 신호는 2024년 3월 4일,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eerKAT 전파 망원경이 MeerTRAP 실시간 트랜시언트 감시 시스템으로 잡아냈습니다. 처음 잡힌 순간부터 평범치 않았습니다. Dispersion Measure(전파가 우주 플라즈마를 지나며 받은 지연의 척도)가 약 2,400 단위 — 그간 관측된 사례 중 가장 높은 값이었고, 이 숫자 하나로 신호가 매우 먼 곳에서 왔음이 자동으로 시사됐습니다.

남아공 시드니 대학교의 전파천문학자 Manisha Caleb은 이렇게 정리합니다.

"약 2,400 DM 단위라는 사실에서, 신호가 상당히 먼 거리에서 왔다는 것을 추론했습니다."

이 신호의 고향을 찾으려면 광학·적외선 망원경이 필요했습니다. 2026년, 연구팀은 **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(JWST)**을 그 신호가 잡힌 자리로 돌렸습니다. NIRCam(근적외선 카메라)이 신호 발생 위치 바로 근처의 작은 천체를 잡아냈고, NIRSpec(근적외선 분광기)이 그 은하에서 나온 빛을 여러 파장으로 분해했습니다. 파장이 얼마나 빨갛게 늘어졌는지를 보면 그 은하가 우주 팽창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고, 거기서 그 은하의 나이를 거꾸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.

계산이 끝났을 때 숫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자리를 가리켰습니다.

  • 적색편이 z = 2.148. 즉 이 빛은 약 106억 년 전에 그 은하를 떠났습니다.
  • 우주 나이(약 138억 년)의 약 1/5 시점. 태양과 지구는 아직 태어나기 전.
  • 이 신호는 우주 역사 *약 80%*에 해당하는 시간을 가로질러 지금 우리에게 도착한 셈입니다.

고향은 작고, 금속이 적고, 별을 막 만들고 있었다

그런데 신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었습니다. JWST가 잡아낸 호스트 은하는 학계의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.

  • 질량: 약 1,000만 태양질량. 우리 은하(약 1,000억 태양질량)의 1,1000분의 1 미만. 우주 초기 시점에서도 매우 작은 왜소은하에 해당합니다.
  • 금속 함량: 매우 낮음. 이전까지 호스트이 확인된 FRB 은하들은 비교적 무거운 원소가 풍부한 큰 은하들이었습니다.
  • 별 형성: 매우 활발. 지금 이 은하는 별을 폭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중입니다.

공동 저자 Laura Driessen(시드니 대학교)은 이렇게 표현합니다.

"이 신호를 만든 은하는 의외로 작고, 금속이 적고, 별 형성의 한창 무대 위에 있습니다."

이 은하학에서 발견된 FRB는 이전 사례보다 약 1,000분의 1 이상 작은 은하에서 일어난 셈입니다.

왜 이 신호가 중요한가

FRB가 우주 초기부터 존재했다는 직접 증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. 이전까지는 지금의 우주에서만 FRB가 작동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. 빅뱅 후 30억 년 시점에서도 같은 종류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은, FRB를 만드는 천체 — 강한 자기장을 가진 마그네타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— 가 우주 어디서든 같은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는 뜻입니다.

또 다른 의미는 시간의 깊이에 있습니다.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FRB의 DM 값을 이용해 우주 어딘가에 퍼져 있는 *대전 입자(plasma)*의 양을 추정해 왔습니다. FRB 20240304B는 그 추정의 범위를 *우주 역사의 약 80%*까지 한 번에 밀어 넣었습니다. 한 번의 신호로, 우주 한참 전의 자기장과 물질 분포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.

5밀리초짜리 신호가 100억 년을 날아와 우리에게 도착했고, 우리는 마침 그 고향까지 따라갔습니다. 신호보다 천천히 풀리는 우주의 역사가 지금 한 페이지씩 더 적히고 있습니다.


출처


본 글은 시드니 대학교 연구팀이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과 MeerKAT(SARAO) 공식 발표, NASA JWST 미션 페이지를 1차 출처로 삼아 작성했습니다. 신호 검출 일자(2024-03-04), 거리(z=2.148, 약 106억 광년), DM 값(약 2,400 단위), 호스트 은하 질량(약 10⁷ 태양질량), NIRCam+NIRSpec 활용 내역은 The Conversation의 저자 직접 글에서 인용했습니다. FRB의 progenitor가 마그네타라는 해석은 우세 가설이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니므로 본문에서도 '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'로 표현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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